올해 블루제이스의 가장 큰 수확은 보우덴 프란시스의 발견이다. '17년 드래프티로서 밀워키 브루어스의 7라운드 선택을 받은 후 마이너리그에 머물다 '21년에 이루어진 트레이드(프란시스, 트레버 리차즈 <-> 라우디 텔레즈)를 통해 토론토 합류하게 된 프란시스는 당시 큰 주목을 받지 못했었다.트레이드의 메인 칩은 텔레즈와 리차즈였고 그마저도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던 선수들이 아니었으므로 거래 자체가 소소하다는 평가였으며, 프란시스는 해당 트레이드의 플러스 알파 개념으로 데려온 선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24년 시즌이 종료된 현 시점에서 3명의 선수 중 MLB에서 확실한 레귤러로서 살아남은 선수는 프란시스이며 상당한 실력의 상승을 이루는 성공적인 1년을 보내는 반전을 만들어냈다. 프란시스가 출전한 27경기 중 선발투수 역할을 수행한 경기는 13경기로 시즌 초부터 7월까지는 불펜과 선발 보직을 옮겨다녔다. 7월까지 기록한 성적은 17경기 7.3 K/9, 3.0 BB/9, 2.0 HR/9, FIP 5.61, Hard 35.4%, LD 23.8%로 언제 1군에서 말소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부족한 성적에도 8월부터 붙박이 선발로 기용되기 시작했는데, 이후 성적은 8.5 K/9, 1.1 BB/9, 1.1 HR/9, FIP 3.42, Hard 32.9%, LD 14.7%로 놀라운 수준의 반등을 이루어냈다. 이런 성적을 기반으로 8월 AL 이달의 투수상을 수상하였으며, 8월과 9월에 노히터에 가까운 8이닝 경기를 해내며 시즌 말에 팀 내를 넘어 리그에서도 급격히 주목받는 선수가 되었다.
'23년과 비교하여 가장 큰 차이점은 피치 아스널의 변경 및 추가인데, 두드러지는 부분은 스플리터 비중의 증가이다. '24년 프란시스가 던진 구종은 포심, 스플리터, 커브, 슬라이더, 싱커로 주력 구종은 싱커와 슬라이더를 제외한 나머지이며 실질적으로 타자를 상대로 한 위닝샷은 포심과 스플리터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올해 포심과 스플리터의 pitching+는 107과 110으로 평균을 상회하는 수치를 보여준다. 특히 스플리터는 stuff+, location+ 각각 109, 105로 자체 스펙이 훌륭하게 받쳐주는 가운데 로케이션까지 적절하게 형성되는, 프란시스의 가장 우수한 구종이며 포심은 stuff+ 94이나 location+ 106으로 아쉬운 자체 스펙에 비해 좋은 로케이션 덕분에 평균 이상의 무기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23년까지 장착하지 못하고 있었던 스플리터를 올해 들어 자신의 무기로 만들며 타자를 상대로 적극 활용할 수 있게 된 점이 우수한 후반기 성적의 근원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24년 8월전까지 세컨더리 피치로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커브의 비중은 대폭 감소하여 15% 이하까지 줄어들었고 스플리터는 점차 상승하여 커브의 자리를 대체하였다. 특별한 점은 프란시스의 스플리터는 헛스윙 유도보다 그라운드볼을 만들기 위한 의도가 강한 구종이라는 점이다. 실제 스플리터를 통한 GB 54.0%(상위 21%), ICR 30.0%(상위 7%)의 결과에 반해 SwStr 10.8%(하위 10%), CS 10.5%(하위 28%)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는 '23년 SwStr 21.7%(상위 17%) 등을 기록한 네이선 이볼디의 스플리터와 차별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스플리터만으로는 투구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어렵다. 따라서 가장 많이 던지는 구종이자 또 다른 무기인 포심 패스트볼의 활용도 피치 아스널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프란시스의 포심 스펙은 평균 2,360rpm의 회전수(상위 29%), 6.8" 익스텐션(상위 18%), 16.9" IVB(상위 16%)로 -4.7도라는 전체 50%에 해당하는 VAA를 뽑아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VAA는 MLB에서 우수한 수준은 아니며 이는 프란시스의 느린 구속 등으로 인한 영향이다. 올해 포심 탄착군 확인 결과 자신의 우수한 IVB 및 익스텐션을 활용하기 위해 하이존 위주의 투구를 펼치려는 의도를 읽을 수 있으나, 여전히 y-mLoc 31.0%로 만족스러운 수준이라 하기 어렵다. 이는 달리 이야기하면 의도대로 하이 패스트볼 탄착군 형성이 가능하다면 더 우수한 VAA와 함께 포심의 위력이 향상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즉 상술한 location+에 따르면 프란시스의 포심은 나쁘지 않은 로케이션을 형성하고 있고 실제로 타자에게 이미 부담을 주는 구종이다. 그러나 VAA 관점에서는 이득을 볼 여지가 남아있기에 현재 나쁘지 않은 스펙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발전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프란시스의 포심과 스플리터는 회전 기반 무브먼트(spin-based movement)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기에 높은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실제 15도의 회전 차이를 보여주는 포심-스플리터 조합은 하이존의 포심과 로우존의 스플리터로 철저히 나뉘어 활용되고 있다. 유사한 회전 방향이 뜻하는 건 타자 입장에서 구종 구분 가능 시점이 늦어진다는 이야기이다. 결과적으로 회전 방향과 릴리스 포인트의 영향으로 포심과 스플리터의 구분이 어려운 상황에서 투수가 공격하는 존의 극단화로 인해 타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존을 나누어 공략한다고 하더라도 포심과 스플리터 자체 스펙이 좋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의도한대로 타구를 만들어내기 어려워진다. 특히 스플리터는 우타자의 몸쪽을 공략하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데 프란시스의 좌타자 대비 우타자 상대 성적을 통해 위력을 체감할 수 있다. 실제 우타자 상대 성적은 9.58 K/9, 1.41 BB/9, wOBA .270, WHIP 0.85을 기록하였으나, 좌타자 상대로는 6.02 K/9, 2.53 BB/9, wOBA .275, WHIP 1.01의 성적을 거두며 우수한 스플리터의 영향에 대한 확인이 가능했다. 주목해야할 점은 8월부터 던지기 시작한 싱커인데 만약 포심-스플리터-싱커 조합 이상적으로 완성된다면 현 상황에서 몇단계는 더 레벨업이 가능한 수준의 투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워낙 쉽지 않은 작업인만큼 시간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저조한 브레이킹볼, 특히 커브의 위력은 프란시스의 숙제이다. 165도의 회전 방향 차이는 미러링을 위한 이상적인 수준이지만 포심-커브 조합은 포심-스플리터 조합만큼의 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스플리터와 반대 방향으로 우타자의 바깥쪽을 공략하기 위한 구종으로 활용하고 있으나, 커브의 효용은 상술한 좌타자 상대 성적으로 파악 가능하며 커브가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한 구종으로 많이 쓰인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하위 31%에 해당하는 CSW%는 분명 만족스럽지 못한 수치이다. 또한 하위 3%에 해당하는 브레이킹 런 밸류(breaking run value)는 레퍼토리의 약 10%를 차지하는 슬라이더를 감안하더라도 부족한 커브의 위력을 설명할 수 있는 지표이다. 이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릴리스 포인트의 차이, 부족한 평균대비 수직 무브먼트 등을 꼽을 수 있다. 메이저리그 커브의 대표격인 프람버 발데즈는 평균대비 무려 6.6" 더 떨어지는 IVB를 보여주고 있다. 이에 비해 프란시스의 커브는 0.7"만 더 떨어질 뿐이다. 평균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으로 회전 방향 차이는 만족스러운 수준이나 공 자체의 위력은 떨어지는 걸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프란시스의 약진은 올해 블루제이스의 큰 수확 중 하나이다. 수치적으로 살펴봤을 때 발전 가능성도 분명하다. 하지만 포심-스플리터 조합 외에 커브 혹은 슬라이더 등의 브레이킹볼의 위력을 키워야 하며 여전히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는 포심을 더욱 정교히 다듬어야 하는 숙제가 있다. 또한 새로이 시도하고자 하는 의도가 보이는 포심-스플리터-싱커 조합에 대한 실현 가능성도 평가 대상에 있어야만 한다. 내년에도 하위 로테이션을 소화하는 데는 무리가 없어보이나, 3선발 이상의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상술한 과제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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